칼럼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름대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아가 그렇습니다. 그는 당대 의로운 자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창6:9)이었습니다.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여 그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이라는(창6:5) 사람들의 본성에 비하면 노아는 분명 돋보이는 하나님이 택할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많은 시간이 흘렀고 12장에 들어서 갑자기 하나님은 아브람을 택하여 부르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어찌보면 뜬금없이 등장합니다. 그를 부르시는 당위성은 물론 어떠한 칭찬도 없습니다. 

사실 ‘고향, 친척,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12:1, 의역)는 명령에 노년의 아브라함이 순종하는 것만 봐도 믿음의 조상이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떨어져 보면 아브라함의 믿음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선택해서 불렀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그저 하나님은 어떠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나이 많은 아브라함을 선택하셨고 그에게 축복을 약속하셨으며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갔다는 내용이 등장할 뿐입니다. 그의 나이가 75세라는 점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에도 그의 나이와 관련해서는 아들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그가 스스로 말했듯이 자녀를 갖기에는 불가능한 나이였습니다. 즉 아브라함이 자녀를 얻을 수 없는 나이라는 한계를 보여줄 때 사용될 뿐입니다. 

그는 그 나이에도 청년처럼 용감하게 전쟁에서 승리하며, 가나안 땅에서 유력한 가문으로 부와 명성을 떨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이 때문에 무력하지 않았고, 모세처럼 하나님의 뜻을 받들기에 나이가 많다고 불평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는 자녀를 가질 수 없는 나이였을 뿐입니다.

이제 선입관을 내려놓고 그가 가는 여정을 따라가보면 오히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의심과 임기응변 그리고 믿음에 반하는 상황들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이 내게 보여줄 땅’이 과연 이런 곳 이었는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했을 법한 아브라함을 만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끊임없이 하나님께 불평하고 질문하는 그것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소위 ‘거룩한 경험’을 거치면서 믿음의 사람이란 이름에 걸맞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12:1)